에리야 쭈타누깐이 12번 홀에서 섹스튜플 보기를 범하며 메이저 대회 3연속 컷 탈락을 당했다.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 17번 홀은 일명 '로드 홀'이라고 불린다. 지옥의 홀로 명명된 이 홀에는 '나카지마 벙커'가 있다. 1978년 디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하던 나카지마 쓰네유키(일본)가 이 벙커에서 빠져나오는데만 5타를 소비하며 퀸튜플 보기(5오버파)로 무릎을 꿇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파이프주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 12번 홀에는 '쭈타누깐 벙커'가 생길지도 모른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기록한 지난해 우승자 쭈타누깐은 4일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도 11번 홀까지 2타를 줄이며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135야드 파3 12번 홀에서 쭈타누깐의 악몽이 시작됐다. 티샷이 그린 옆에 있는 벙커에 빠졌다. 2번째 샷, 3번째 샷... 6번째 샷까지 쭈타누깐의 공은 벙커에 머물렀다. 결국 쭈타누깐은 7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고, 2퍼트를 하며 6오버파 섹스튜플 보기로 무너졌다. 한 홀에서 1978년 나카지마보다 1타 더 많은 6오버파를 친 셈이다.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 12번 홀 전경. [킹스반스 링크스 홈페이지]
마지막 홀에서도 보기를 적은 쭈타누깐은 결국 이날 5타를 잃어 중간 합계 4오버파를 기록해 컷 탈락이 확정됐다. 쭈타누깐은 이번 대회에서 그린 적중률이 83.3%로 좋았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퍼트 34개씩 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 2라운드에서 모두 8개의 버디를 낚았지만 섹스튜플 보기 등으로 무너졌다.
태국 골퍼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쭈타누깐은 정상에 오른 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3연속 컷 탈락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도 겹쳤다. 지난 손베리클래식에서 2라운드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2013년과 2014년에 끊임없이 괴롭혔던 어깨가 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최근 3년간 디펜딩 챔피언에게 가혹하다. 2014년 우승자 모 마틴(미국)은 이듬해 컷 탈락을 당했고 2015년 챔피언 박인비는 부상으로 지난해 대회에 불참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