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17번 홀 티샷 셋업 [사진=JTBC골프]
국내 유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의 3라운드에서 파4 홀인원이 나올 뻔했다. 파이널 라운드의 챔피언을 가리는 승부처도 이 홀일 듯하다.
최혜진(23)이 21일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파72 6405야드)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250야드로 짧게 단축된 17번 홀에서 원온을 시도했다. 그린 입구에 떨어진 공이 홀로 직행하며 굴러갔으나 아쉽게 깃대를 맞히고 옆으로 튕겼다. 이 홀에서 공이 들어갔으면 더블이글 즉 알바트로스가 될 뻔했다.
첫째날 이븐파, 2라운드 1언더파에 그쳤던 최혜진은 이날 3언더파를 쳤다. 파5 15번 홀 버디와 파3 16번 홀에서 긴 거리 버디를 성공시킨 최혜진은 이 홀에서는 이글을 잡고 순위를 29위까지 끌어올렸다.
장타자 박성현(30)도 이 홀에서 원온을 시도해서 버디를 잡아냈다. 전 홀 보기를 했으나 여기서 버디로 만회하면서 4언더파 68타를 쳐서 순위를 37위까지 끌어올렸다. 원온에 성공하자 그를 따르던 팬클럽 ‘남달라’의 함성이 골프장이 떠나갈 듯 쩌렁쩌렁 울렸다.
2라운드 티잉구역의 엔젤 인.
17번 홀은 서원힐스가 올해 대회를 앞두고 두 달간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대표 홀이다. 티잉 구역을 하나 더 신설하면서 대회 상황을 봐가며 유동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코스 설계자들은 과감한 모험을 하는 이에게 보상을 대폭 주는 홀을 영웅형(Heroic)홀이고 부른다.
정규 야디지는 395야드지만 1라운드 367야드, 2라운드 365야드로 운영됐다. 장타자는 과감하게 배수구를 오른쪽을 향해 그린에 가깝게 가라는 의미에서 홀 네이밍을 ‘감히(Dare)’로 했다. 하지만 첫 두 라운드에서 호수를 건너 그린을 향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바람이 여러 방향으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모험을 하는 건 무모하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2라운드에서 지난주 상하이에서 우승한 엔젤 인(미국)도 넓은 페어웨이로 잘라갔다. 장타자에 속하는 선수가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치자 동반자인 신지은이 ‘너무 잘라간 거 아냐’라고 농담을 했다.
페어웨이에서 본 그린. 파이널 라운드는 이 홀 전장이 249야드로 단축 운영된다.
무빙데이인 3라운드는 대회 조직위에서 티잉구역을 바짝 앞으로 설정했다. 거의 110야드 앞당긴 250야드로 설정했더니, 많은 선수들이 그린으로 대포를 쐈다. 거리가 나는 선수들은 바람과 상관없이 물 건너 그린으로 샷을 했다. ‘과연 LPGA’라는 갤러리의 환호성이 연발했다.
마지막날 이 홀은 1야드 더 줄어든 249야드로 세팅됐다. 전날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던 선수는 이글을, 이글을 잡았던 선수는 알바트로스를 노려봄 직하다. 한두 타 뒤에서 역전을 노려야 하는 이 홀은 ‘감히’ 원온을 시도할 것이다.
이 홀의 다른 별칭은 매버릭(Maverick)이다. 강한 개성을 가진 모험가를 말한다. 바람이 불건 말건 ‘감히’ 이 홀에서 호수를 넘겨 원온에 도전하는 매버릭 같은 선수가 역전 드라마를 노리는 스토리를 기대해볼 만하다. JTBC골프에서 10시부터 파이널 라운드를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