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멜번의 한 골프장에 뜬 쌍무지개. 양희영이 쌍무지개를 배경으로 퍼트 연습을 하고 있다. [양희영 인스타그램]
‘소리 없이 강한’ 양희영(PNS창호)이 2년 만에 우승 가뭄을 해소했다.
그 동안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양희영에게 올해는 행운이 가득한 해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멜번의 한 골프장에서 전지훈련을 했던 양희영은 행운을 상징하는 ‘쌍무지개’를 목격했다. 길조를 상징하는 것이라 양희영은 이 쌍무지개를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 속 쌍무지개를 배경으로 퍼트 훈련을 하는 양희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지개는 비온 듯 생기는 자연 현상이다. 양희영은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도 비로 경기가 중단되고 재개되기를 반복했다. 양희영은 폭우로 인한 경기 지연으로 셋째 날 31홀, 마지막 날 23개 홀을 소화해야 했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양희영은 비온 뒤 맑게 갠 마지막 날 정상에 오르며 환하게 웃었다. 쌍무지개가 떠올랐듯 양희영은 우승은 물론이고, 22언더파 대회 최소타 기록까지 세우며 겹경사를 맞았다.
양희영은 26일(한국시간)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나흘 내내 안정된 경기력을 뽐냈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2년 만에 대회 정상 탈환에 성공한 양희영은 LPGA투어 통산 3승째를 챙겼다. 양희영은 이 대회 직전까지 44경기 동안 우승이 없었다. 지난해 준우승 2번, 3위 4번 기록할 정도 우승권에는 항상 근접했지만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4위를 차지해 메달을 놓친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양희영은 이번 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 그는 셋째 날과 마지막 날 오전 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도 양희영은 셋째 날 11타, 마지막 날 5타를 줄였다. 특히 최종일에는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양희영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부모님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기쁘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또 예전과는 다른 동계훈련 시간을 보냈던 경험도 멘털을 단단하게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됐다. 양희영은 우승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멘털 강화'를 꼽기도 했다. 그는 "전에는 거의 골프만 하고 살았던거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훈련을 하면서 한편으론 그림도 그리고, 빵도 만들어 보고, 친구들을 만나서 영화도 보면서 지냈다"며 "이런 시간들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그런 부분이 경기에도 많은 도움이 된거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태국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다. 이번에는 6642야드로 길게 세팅됐다. 양희영은 2015년부터 이 대회에서 우승-3위-우승 기록을 거뒀다. 2010~2012년에도 3년 연속 톱10에 들었다. 지난해 드라이브샷 거리 263.8야드를 기록한 양희영은 한국 선수 중 김세영(271.6야드)에 이어 두 번째로 호쾌한 장타를 때렸다.
양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태국에서 다승을 기록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역시 장타자인 청야니(대만)가 2011, 20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양희영은 세계랭킹 10위 안으로 재진입하기도 했다. 11위였던 양희영은 3계단 오른 8위에 올랐다. 우승 상금 24만 달러를 챙긴 양희영은 올 시즌 상금랭킹 3위로 뛰어 올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