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를 치르기 위해 3년 만에 태국을 찾았다. [혼다 타일랜드 홈페이지]
싹 바꾼 리디아 고(20)의 첫 걸음은 다소 무거웠다. 이제 1경기를 치렀을 뿐이라 비시즌 동안 선택한 변화에 대해 왈가왈부할 상황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보다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리디아 고는 현재 최고의 골프 선수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70주 연속으로 이어가고 있다. ‘여왕’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한 대회 성적만으로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다. 일시적인 비난도 웃어넘겨야 하는 게 어쩌면 세계 1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호주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경기를 치른 리디아 고가 부진하자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그는 최종 2오버파 공동 46위를 기록했다. 간신히 컷 통과 커트라인을 넘은 리디아 고는 인상적인 라운드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자국인 뉴질랜드의 이웃나라인 호주에서 열려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호주여자오픈은 역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대회라 더욱 아쉬움이 가득했다. 리디아 고는 호주여자오픈에서 2012년 공동 19위를 제외하고 3위 밖으로 한 번도 밀려난 적이 없다. 2013년부터 3위-3위-우승-준우승을 차례로 거뒀다. 공동 46위는 역대 호주여자오픈 최악의 성적표다.
올 시즌 보완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은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높았다. 호주여자오픈에서 페어웨이 안착률이 81.6%로 정교했다. 하지만 아이언 샷과 퍼트가 말썽이었다. 특히 퍼트는 거의 최악이었다. 이 대회에서 리디아 고는 평균 퍼트 수 30.5개를 기록했다. 3라운드 29개를 제외하고 모두 퍼트 수가 30개를 넘었다. 지난 시즌 퍼트를 가장 잘 했던 리디아 고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수치였다. ‘컴퓨터 퍼트’로 필드를 정복했던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71개)와 평균 퍼트 수(28.31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도 “퍼트가 너무 떨어지지 않았다”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퍼트 난조에 고전했던 리디아 고가 1라운드 마지막 홀 버디 성공 후 ‘만세 세리머니’까지 할 정도로 답답한 흐름이었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는 버디를 한 개도 낚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리디아 고에게 버디 없는 라운드도 드문 경우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4개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버디 수 2.5개에 그쳤다.
백스윙 동작을 교정하며 심혈을 기울였지만 아이언 샷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데이비드 레드베터 코치에게 배웠던 가파른 ‘A스윙’을 버리고 백스윙 궤도를 완만하게 뜯어 고쳤지만 아이언 샷은 견고하지 않았다. 첫 날에는 그린을 2번만 놓치는 등 준수했지만 2~4라운드 때는 그린 적중률이 50%대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일 태국에 도착한 리디아 고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대회 주최 측과의 인터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새로운 클럽과 코치, 캐디 등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신인의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첫 대회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답변이다. 또 그는 “스스로 자신을 믿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년 만에 태국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리디아 고는 2014년 혼다 타일랜드에 출전한 뒤 지난 2년간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뛰느라 태국에 오지 못했다. 2013년 14위, 2014년 19위를 차지하는 등 태국 대회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는 “세계랭킹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최근 투어에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전해야만 지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음을 새로 다졌다.
리디아 고는 전인지, 포나농 팻럼(태국)과 함께 23일 오후 1시39분부터 티오프를 한다.
JTBC골프는 대회 1~4라운드를 23~26일 오후 3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