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는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에 4타 이상 차로 앞서면 평균 타수 부문 1위로 올라서 베어트로피도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덤보’ 전인지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넘보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역사상 신인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는 1명에 불과했다.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가 유일하다. 로페즈는 LPGA투어 48승을 수확한 전설이다. 1962년 신인왕이 제정된 이래 54년간 신인왕, 베어트로피 2관왕이 한 번 나온 셈이다. 하지만 허리 통증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있는 전인지가 이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전인지는 일찌감치 신인왕 수상은 확정했다. 최저타수 부문에서 리디아 고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리디아 고 69.611타, 전인지 69.632타로 근소한 차이다. 둘은 11일부터 열리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베어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된다.
마지막 경기에서 전인지가 리디아 고에 4타 이상 앞서면 최저타수상을 수상하게 된다. 지난 주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6언더파의 전인지와 2언더파의 리디아 고는 정확히 4타 차가 났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컷 탈락이 없기 때문에 흥미로운 4라운드 72홀 승부가 될 전망이다.
리디아 고가 최근 심각한 샷 난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전인지에겐 호재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최근 5개 대회 연속으로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토토재팬 클래식 1라운드에서는 그린 적중률 33%, 페어웨이 안착률 43%로 급격히 흔들렸다. 아이언 샷의 거리와 방향감은 예전의 리디아 고가 아니다.
반면 전인지는 토토재팬 클래식에서 “허리 통증 없이 스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3주 전 요추 염좌 진단을 받았던 전인지는 상태가 많이 호전돼 최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인지는 최근 2경기에서 톱10에 들진 못했지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공동 13위, 토토재팬 클래식 공동 19위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쳤다. 토토재팬 클래식에서는 1~3라운드에서 각 2언더파를 쳤다.
변수는 코스다. 시즌 최종전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장은 전인지에게 낯선 코스다. 반대로 리디아 고에게는 ‘약속의 땅’이다. 리디아 고는 2014년과 2015년 최종전에서 레이스 투 CME 글로브 100만 달러 보너스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에는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좋은 기억이 있는 데다 익숙한 코스라 리디아 고가 아시안 스윙 때와는 달리 좀 더 편하게 코스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인지는 티뷰론 골프장에서 대회를 치르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가 낯설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럽게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전인지는 최종전 대비를 위해 일본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종전에서 중요한 타이틀이 걸려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전인지는 지금껏 큰 대회에서 강점을 나타내왔다.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정복했고 올해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263타)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이 있듯이 중요한 대회에서 강심장의 면모를 드러내왔기 때문에 최종전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