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왼쪽)는 그린 적중률이 33%에 머물 정도로 심각한 샷 난조를 보였다. 이보미는 워터해저드를 놓고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쳤다. [르꼬끄 제공]
미일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디아 고와 이보미가 토토재팬 클래식 첫 날 부진했다. 리디아 고는 샷이 심하게 흔들렸고, 이보미는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4일 일본 이바라키현 타이헤이요 미노리 코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토토재팬 클래식 1라운드. 리디아 고와 이보미 조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두 스타의 맞대결이었다. 이보미는 “세계랭킹 1위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다는 자체가 기쁘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나친 스포트라이트 때문인지 둘의 스코어는 좋지 않았다. 이보미가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 보기 1개로 1오버파 공동 48위, 리디아 고가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오버파 공동 57위에 머물렀다. 특히 상금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6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라 리디아 고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둘의 상금 차는 3744달러에 불과하다. JLPGA투어 상금 2위 신지애도 3언더파 공동 7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리디아 고의 경우 샷 난조가 심각했다. 견고한 샷이 강점인 리디아 고는 이날 그린 적중률 33%, 페어웨이 안착률 43%에 그쳤다. 최근 4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에 실패한 리디아 고의 페이스는 여전히 좋지 못했다. 16번 홀(파3)에서는 티샷이 10야드 이상 짧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아이언 샷의 방향과 거리 조절 능력이 예전의 리디아 고가 아니었다.
그나마 빼어난 쇼트 게임으로 스코어를 더 까먹진 않았다. 15번 홀에서는 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1타 줄였다. 17번 홀에서는 10야드 거리에서 시도한 칩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 다시 버디를 낚았다. 정교한 샷으로 핀에 붙여 버디를 솎아내는 ‘전형적인 버디’장면이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캐디와 호흡을 맞춘 것도 경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일본 대회에 처음 출전한 리디아 고는 “볼 스트라이킹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 다른 선수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다.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은 내 게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보미의 경기는 아슬아슬했다. 10번 홀 그린 왼쪽 러프에서 시도한 칩샷이 버디로 연결되는 듯 보였지만 홀을 돌고 나왔다. 11번 홀에서는 티샷이 당겨져 나무 밑으로 갔다. 나무에 시야가 가려 레이업을 시도했지만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지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이보미는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었다.
13번 홀까지 4오버파로 떨어진 이보미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14, 15번 홀에서 아이언 샷을 잘 붙여 연속 버디를 낚았다. 또 파5 17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3타를 줄였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위기를 맞을 뻔했다. 세컨드 샷을 친 후 이보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측으로 밀려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히도 볼은 워터해저드를 살짝 지나 바운드됐다. 이보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보미는 그린 적중률 74.4%로 JLPGA투어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샷이 오락가락해서 그린 적중률 61%에 머물렀다. 이보미는 경기 전만 해도 “코치도 한국에서 와서 스윙을 다시 가다듬어 든든하다”고 했지만 첫 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보미는 2012년 이 대회에서 둘째 날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준우승에 머문 기억이 있다.
JTBC골프는 대회 2라운드를 5일 낮 12시15분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