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PGA투어 2승을 거둔 노무라 하루. [골프파일]
골프 팬이라면 이젠 노무라 하루(일본)의 한국 이름이 문민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재일동포 노무라 하루는 16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마친 뒤 "지난해보다 굉장히 많은 한국 팬 분들이 알아봐주셔 놀랐다"고 말했다.
노무라 하루가 국내에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한화 금융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다. 당시 한국어에 능한 한국계 일본인이 우승하자 화제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왔고, 일본어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다. 한 일본 기자는 "실력은 뛰어난 데 일본어를 못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캐디백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스스로 "나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다"고 할 만큼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자신을 국적과 상관 없이 한 명의 골프 선수로 봐주길 원한다.
그래서 일본, 한국 대회에도 따로 출전하지 않고 LPGA투어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LPGA투어의 일환이라 한국에 방문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느낌은 없다. 일본 대회에도 따로 출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참가한 한화 금융 클래식은 "스폰서 대회이고, 올해는 또 디펜딩 챔피언이었기 때문에 출전한 것"이라고 했다.
노무라 하루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다시 이름을 알렸다. 2월엔 호주 오픈에서 리디아 고를 꺾고 생애 첫 승을 올렸고, 4월 열린 스윙잉 스커츠에서도 우승컵을 들었다. 노무라는 "올해 우승을 많이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3언더파 공동 18위로 썩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록하진 못했다. 특히 최종라운드가 아쉬웠다. 이날 24개의 퍼트만 하며 좋은 퍼트감을 뽐냈지만 샷이 잘 맞지 않아 타수를 더 줄이지 못했다. 그는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온 것이 아쉽다. 퍼트가 매우 잘 됐는데 아이언 샷이 흔들렸다"고 했다. 4라운드 그린 적중률이 38.8%에 그쳤다.
이번 대회를 비롯해 최근 대회에선 2승을 거둘 당시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최근 9개 대회에서 톱10 기록은 1번뿐이다. 그는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골프는 항상 잘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매일 잘 치면 골프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며 여유 있게 웃었다.
노무라는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한 뒤 사임다비, 토토 재팬 클래식에 참가하고 시즌 최종전에도 나선다. 3개 대회를 앞둔 노무라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남은 대회 중 하나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원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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