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앞두고 네일아트를 한 양희영의 열 손가락은 10연속 버디를 암시하는 듯 반짝였다. [사진=김두용 기자]
양희영에게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가 열리는 곳인 스카이72 오션코스는 '약속의 땅'이다. 골프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웠던 두 장면이 연출됐다.
양희영은 13일 시작되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10연속 버디’라는 대기록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 최종 라운드 10번~18번 홀을 9연속 버디로 끝낸 양희영은 올해 다시 돌아와 연속 버디에 도전한다. 연속 대회가 아니라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회고될 수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양희영은 오전 8시50분 김효주, 캐롤린 마손(독일)과 함께 1번 홀에서 티오프를 한다. 양희영은 “1번 홀은 자신 있다. 지난해의 좋은 기억을 더듬어 연속 버디에 도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최종일 10타를 줄여 공동 4위에 올랐던 양희영은 “당시 마지막 9홀이 생생히 떠오른다. 마음을 비우고 했던 게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17번 홀에서 프린지에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6m 거리의 버디 퍼트가 머리에 그렸던 대로 들어갔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9홀 퍼펙트는 양희영 인생의 하이라이트로도 꼽을 수 있다. 그는 “이전까지는 6연속 버디가 최고였는데 다시는 그런 기록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시 스코어 카드는 아버지가 잘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홀 9언더파 27타는 언더파 기준으로 LPGA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기도 했다. 양희영의 9홀 연속 버디는 지난해 LPGA가 꼽은 ‘올해의 라운드’가 됐다. 9홀 퍼펙트 기록은 지금까지 PGA 투어와 LPGA 투어를 통틀어 3번만 나왔던 대기록이다.
대회를 앞두고 만난 양희영의 열 손가락은 네일아트로 반짝였다. 10연속 버디를 암시하는 듯 유독 도드라졌다. 2년 만에 네일아트를 했다는 양희영은 “혼자 가서 기분 전환 삼아 가장 예쁜 네일아트를 골랐다. 모양이 다 달라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쪽 엄지손가락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렸다. 2013년 열린 이 대회에서 양희영은 정상에 오르며 L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양희영은 올해는 대회 두 번째 왕관이자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있다.
양희영은 올 시즌 2위 2번, 3위 3번 등 톱10에 7번 드는 견고한 활약을 뽐냈다. 우승컵이 없어 아쉽지만 상금 97만 달러를 벌어 상금 10위를 달리고 있다. 2년 연속 100만 달러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든든한 지원군도 왔다. 코치 토니 지글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양희영의 스윙을 집중적으로 점검해줬다.
아시안스윙에서 9위-12위를 기록하는 등 흐름이 좋지만 양희영은 최근 좋지 않은 습관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백스윙부터 흔들리고 하체가 잡아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멘털은 더 큰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퍼팅과 쇼트게임, 멘털 3가지가 가장 어렵기도 하고 우승 마침표를 위해 부족한 요소들이다. 그중 마음을 비우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양희영이 지난해 최종 라운드처럼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우승도 따라올 수 있을 전망이다. 양희영은 “코스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올해 처음으로 가족들이 모두 대회장에 오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JTBC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13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