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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전인지 아직 활짝 피지 않은 꽃

김두용 기자2016.09.20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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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쓴 전인지는 "아직 내 꽃은 활짝 피지 않았다"며 원대한 꿈에 대해 밝혔다.


"이제 봉오리가 맺혔을 뿐 내 꽃은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쓴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여전히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전인지의 얼굴과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받아들고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식 팬클럽 ‘플라잉 덤보’ 회원들과는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남녀 골프 메이저 최소타(263타)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전인지는 "프랑스에서는 잘 몰랐는데 한국에 오니 이제야 무엇을 이뤄냈는지 실감이 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18일 끝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는 21언더파라는 역사적인 스코어로 우승을 차지했다. 언더파 기준으로도 남녀 메이저 최다 언더파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 우승이 없었던 전인지는 올림픽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연습 라운드 때부터 비 예보를 고려한 게임 플랜을 짰고,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올 시즌 가장 큰 목표가 올림픽 출전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좋지 않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곁에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금메달 장면을 지켜본 게 자극제가 됐다. 그는 "박인비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올림픽이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전인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세우게 됐다. 그는 “4년 후 기회가 온다면 메달을 꼭 깨물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파 세이브를 했던 전인지는 최소타 신기록 작성의 뒷얘기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18번 홀에서 티샷이 감겨 왼쪽 러프에 빠져 보기 위기에 처했다. 전인지는 하이브리드를 처음에 잡고 2온을 겨냥하려 했지만 웨지를 잡고 레이업을 선택했다. 그는 “18번 홀이 저한테는 가장 어려운 홀이다. 다른 홀은 티샷을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 야디지북에 모두 표시를 했다. 하지만 18번 홀은 적지 못했다. 부담감이 가장 심한 홀”이라며 “자세를 취했을 때 감을 믿는 편이다. 하이브리드로 어드레스를 섰을 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없어서 웨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티샷 실수가 나왔지만 파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 세 번째 샷을 침착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18번 홀에서 까다로운 3m 파 퍼트를 남겨뒀던 전인지는 "퍼트 라인에 선수가 수리할 수 없는 스파이크 자국이 보였다.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라며 "하지만 오히려 이 상황이 좋은 일의 징조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했고, 과감하게 퍼트를 했다. 옆에서 지켜본 캐디가 ‘스파이크 자국 위로 공이 지나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파 퍼트를 앞두고 그린까지 걸어오면서 전인지가 캐디와 나눈 대화 내용도 화제가 됐다.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그린에서 도달해서 이름이 호명되기까지 박수와 함성 소리를 즐겨라. 그리고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 저녁을 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비싼 것을 고르겠다”고 답한 전인지는 캐디의 이 말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캐디가 저녁 약속을 지켰는가”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인지는 “늦은 시간이라 갈만 한 곳이 많이 없었다.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팀원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인지는 국내에서도 스폰서 행사와 학교 수업 등으로 일정이 빡빡하다. 29일 시작되는 일본여자오픈에서 2연속 메이저 제패를 노리는 전인지는 2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전인지는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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