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최고령 출전자 케니 페리는 14번 홀에서 샷 이글을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골프파일]
“지금껏 경험한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어려운 코스 세팅이다.”
제114회 US오픈 최고령 출전자인 케니 페리(53·미국)가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1988년부터 50번이나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던 페니는 이날 14번 홀(파4·479야드)에서 샷 이글을 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핀 위치를 너무 어렵게 한 탓이다. 마르틴 카이머(독일)가 이틀 연속 65타를 기록하며 36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자 위기감을 느낀 USGA는 3라운드에서 핀을 더욱 까다로운 곳에 꽂았다. US오픈을 두 차례 석권했던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모든 핀 위치가 어렵게 세팅됐다”고 지적했다.
평이한 그린 중앙에 핀이 놓인 홀은 거의 없었고, 사이드나 뒤쪽 까다로운 내리막 라인에 핀이 꽂혀있었다. USGA는 어려운 세팅으로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카이머가 2타 잃으면서 주춤했고, 이날 리키 파울러, 에릭 컴프턴(이상 미국)만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었다. 70타 이븐파를 기록한 선수가 5명이었고, 나머지 60명은 오버파에 그쳤다. 다니구치 토오루(일본)는 88타 18오버파를 기록해 최악의 스코어를 냈다. 카이머가 US오픈의 268타 최소타 기록(2011년 매킬로이)을 깨트릴 가능성도 낮아졌다. 카이머가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최종 라운드에서 또 다시 65타를 적어야 한다.
하지만 USGA는 대회 자체를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카이머와 2위 파울러, 컴프턴과의 격차는 5타. 핀 위치가 조금 더 평이했다면 헨릭 스텐손(스웨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빅스타들이 타수를 줄여 더욱 팽팽한 선두권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었다. 이날 무보기 플레이를 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버디가 많이 나오지 않자 드라마틱한 최종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이머가 지금처럼 최종 라운드에서도 견고한 샷을 뽐낸다면 ‘카이머를 위한 US오픈’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한편 최고령 페리는 3라운드에서 4타를 잃어 7오버파 공동 42위로 떨어졌다. 다니구치는 23오버파 최하위로 미끄러졌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