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코리안투어 방송 중계에 관한 스폰서사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중계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스폰서사의 우려와 불만은 당분간 쌓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 KPGA]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들은 손해가 크다. 인지도를 더 쌓아야 하는데 노출이 전혀 안 되니까… 참 아쉽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하는 골퍼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코리안투어 방송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남자 골프의 인기가 약한 상황에서 중계 채널마저 신생 채널로 바뀌니까 사람들이 더 안 본다. 남자 골프가 많이 노출돼야 보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흥행으로 연결될 수 있는건데 안타까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KPGA가 코리안투어 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SBS미디어넷·이노션을 선정하고서 한 달 뒤, 실제 중계권 계약을 하고서 남자 골프 선수,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크게 술렁였다. KPGA 구자철 회장은 “이번 계약이 KPGA의 부흥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고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코리안투어 TV 중계를 보는 게 쉽지 않아졌다. 케이블, IPTV에서 코리안투어 대회 중계를 제대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중계되던 남자 골프 대회 중계도 빠졌다.
코리안투어 개막전 1~4라운드 시청률. LPGA, PGA 투어, KLPGA 등에 크게 밀린다.
시청률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실제로 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이었던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의 올해 1~4라운드 평균 TV 시청률은 0.014%에 불과했다. 통상 매년 KPGA 개막전은 연간 평균 시청률 대비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률도 높았다. 2021년 KPGA 개막전 평균 시청률은 0.299%, 지난해는 0.151%였다. 아직 시즌 초기지만, 방송 중계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남자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 후원사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준비 안 된 TV 중계를 두고 불만이 쏟아졌다. 금융권 A 회사 관계자는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중계방송사가 바뀌는 바람에 코리안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사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TV에서 보기도 어려운데다 포털사이트에서도 나오지 않다보니 온라인 상에서의 마케팅은 고민스럽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대회 후원에 대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지 의문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골프단을 후원하는 B 회사 관계자는 “스폰서사 입장에서는 투어가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돼야 하는 게 중요하다. 포털사이트 중계가 되지 않는 것도 아쉽다. 협회는 ‘포털사이트 노출과 관련해서는 방송사가 할 일’이라면서 떠넘기더라”고 말했다. 코리안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의 C 회사 대표는 “1~3라운드는 TV로 봤는데 채널을 찾기가 힘들었다. 한참을 위로 올라가니 어린이 방송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대회 후원 기업의 D 회사 팀장은 “경기 중계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시청자 숫자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향후에 보완이 될 지는 의문점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자철 KPGA 회장은 올해 방송 중계권 계약으로 투어 부흥을 꿈꿨다. 그러나 초기 상황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분위기다. [사진 KPGA]
방송 중계 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다. C 회사 대표는 “초창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방송 화면이 고르지 않고 중간중간에 이상한 장면들도 많았다. 개막전에는 멋있는 화면을 보여주겠다고 드론까지 띄었는데, 시끄럽기만 했다. 중계 보는 내내 거슬렸다. 경기 상황만 계속 보여주니까 재미도 없었다. 여러가지로 아쉽다”고 말했다. 대회 후원 기업의 E 회사 디렉터는 “올해 대회는 ‘방송을 버리는 해’라고 생각한다. 연말에나 가야 방송 채널이 제대로 자리잡힐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성재, 김주형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국내 남자 선수들과 최근 골프 붐을 더해 코리안투어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이 늘어났단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흥행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TV 중계에 관한 잡음에 후원사들의 우려, 불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우려가 누적되면, 코리안투어, 국내 남자 골프는 더욱 외면받는 ‘그들만의 투어’가 될 여지가 크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