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 [사진 USGA]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가장 친숙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가 이번 주 열린다. 제76회 US여자오픈이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이 4일(한국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에서 열린다.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31일 US여자오픈을 맞아 역대 이 대회 한국 선수 우승 기록을 정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그동안 11승을 거뒀다. 특히 최근 10년간(2011~2020) 무려 7승을 휩쓸었다. 그만큼 이 대회에서의 강세가 유독 두드러지고, USGA도 한국 선수들의 우승 기록을 크게 주목했다.
첫 우승은 지난 1998년 제53회 대회를 제패한 박세리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맨발 투혼'이 나온 그 대회다. 당시 LPGA 투어 루키였던 박세리는 태국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의 연장 라운드에 더해 서든데스 두 홀까지 총 90홀간의 혈투를 치렀다. 연장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개울 옆으로 빠졌고, 박세리는 이때 양말을 벗고 들어가 리커버리 샷을 한 뒤 보기로 막아 극적으로 승부를 더 끌고 갔다. 끝내 서든데스 두 번째 홀인 11번 홀에서 5.5m 거리 버디 퍼트를 넣은 박세리는 우승을 확정짓고 두 팔을 번쩍 들면서 환호했다. 한국 여자 골프가 국제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서막이었다.
다음 US여자오픈 우승자가 나오기까진 7년이 더 걸렸다. 2005년 60회 대회에서 김주연이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시도한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고 우승에 성공했다. 이어 2008년 63회 대회에선 박인비가 최연소 19세 루키로 정상에 올라 '골프 여제'의 스타트를 끊는 시작점을 만들어냈다. 박인비는 2013년 68회 대회에서도 우승해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세웠던 한 시즌 3개의 메이저 대회 석권 기록을 그해 달성했다.
2009년 64회 대회에서 우승한 지은희의 상황도 극적이었다. 크리스티 커(미국), 캔디 쿵(대만)과 접전을 벌인 지은희는 마지막 홀에서 6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 차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011년 66회 대회에선 유소연이 서희경과 3홀 플레이오프 연장 끝에 역전 우승해 개인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2012년 67회 대회에선 최나연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양희영에 4타 앞선 우승을 차지했다.
1873명이 예선에 참가했던 2015년 70회 대회에선 전인지가 양희영을 1타 차로 제치고 미국 무대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17년과 2019년엔 'LPGA 신인'이 우승하고 신인왕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72회 대회에선 박성현이 아마추어 최혜진을 따돌리고 미국 진출 후 첫 우승을 US여자오픈에서 차지했다. 이어 2019년 74회 대회엔 이정은6이 유소연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해 생애 첫 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대회엔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한 김아림이 악천후로 인해 대회 일정이 하루 미뤄져 열린 가운데서 1타 차 우승에 성공했다. 김아림은 이 우승을 발판 삼아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했다. 김아림은 USGA 인터뷰에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비로소 큰 대회 우승을 체감했다. ‘이게 실화인가?’하고 생각될 정도로 믿기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실감했다"고 돌아봤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