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패티 타바타나킷.
패티 타바타나킷(21)의 무대. 2021 ANA 인스퍼레이션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그렇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내내 단독 선두를 질주한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알리면서 끝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리고 '호수의 여인'이 됐다.
타바타나킷은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로 리디아 고(뉴질랜드·16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 대회 첫날부터 선두로 올라선 그는 2000년 카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에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하면서 우승 상금 46만5000 달러(약 5억2000만원)를 받았다. 타바타나킷은 이 대회 우승자 전통인 18번 홀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들며 환호했다.
타바타나킷은 이번 대회 최대 화제 선수로 떴다. 지난해 14개 대회에서 7차례 컷 탈락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장타가 주목받았다. 셋째날엔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48야드를 기록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4%(10/14)로 좋은 편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그는 평균 313야드 티샷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샷 정확도는 78.5%(11/14)로 가장 좋았다. 그린 적중률도 88.8%(16/18)로 완벽에 가까웠다.
멀리 보내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전체적으로 의도한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전체를 통틀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은 66%(37/56), 그린 적중률은 84.7%(61/72)였다. 특히 3,4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75%(21/28)에 달했다. 1~4라운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323야드에 달했다.
멘털도 강했다. 타바타나킷은 2016년 이 대회 우승자였던 리디아 고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이날 하루에만 10타를 줄인 리디아 고는 마지막까지 타바타나킷을 압박했다. 그러나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한 타바타나킷은 보기 없는 최종 라운드를 치러냈고 끝내 리드를 지켜냈다. 미국 골프위크는 "역사도 타바타나킷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리디아 고가 62타를 기록하고도 타바타나킷이 우승을 지켜낸 상황을 빗댄 것이다.
8세에 골프를 시작한 타바타나킷은 미국 AJGA(American Junior Golf Association)무대에서 유망주로 주목받은 골퍼다.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했고, 2016년엔 미국의 3대 주요 랭킹(폴로 골프랭킹, 골프위크 걸스 주니어랭킹, 주니어골프 스코어보드랭킹스) 1위를 석권하면서 차세대 기대주로 떴다. 2018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나선 US여자오픈에선 공동 5위에 올랐고, 이듬해엔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LPGA 투어 신인 신분을 유지한 그는 한국 금융 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메인 후원을 지난해 초부터 받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타바타나킷은 1984년 줄리 잉스터(미국) 이후 37년 만에 이 대회 신인 우승자로 기록됐다. 타바타나킷은 "나에게 이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해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