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KPMG 여자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오른쪽)이 캐디 폴 푸스코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김세영(27)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인 통산 11승을 거둔 영광에는 함께 같은 사람이 캐디백을 멨다. 바로 6시즌간 함께 했던 캐디 폴 푸스코(미국)였다. LPGA 투어 첫 메이저 우승에도 그는 김세영의 캐디백을 멨고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함께 기쁨을 나눴다.
12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이 우승하자 캐디 폴 푸스코는 잠시 안으며 기뻐했다. 2015년 LPGA 투어 진출 후 처음 거둔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기에 여기서 느낀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로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둘은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운데 두고 환하게 웃으면서 메이저 첫 우승을 함께 자축했다.
김세영은 2015년 LPGA 투어에 진출했을 때부터 폴 푸스코와 함께 했다. 6시즌 연속 매년 1승 이상씩 거둬 어느새 LPGA 통산 11승까지 거두는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LPGA 투어가 2~7월에 열리지 않았을 땐 김세영을 위해 한국을 찾아 2주 자가격리까지 감수하면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도 캐디백을 메기까지 했다. 김세영은 당시 그런 정성을 마다하지 않았던 푸스코를 향해 "힘들고 지루한 자가 격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선뜻 와준 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캐디에 대한 고마움을 뺴놓지 않았다. 앞서 2~3라운드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김세영 스스로 결정을 많이 했다는 폴 푸스코의 후일담에 대해 김세영은 "폴이 있었기에 그런 결정이 가능했다. 결정권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코스가 어려울 수록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최대한 단순하게 가되, 항상 폴의 의견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압박감 속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뒤에도 푸스코의 영향이 있었다. 김세영은 "코스 안에서는 유일한 내 편이다. 폴이 있기 때문에 내가 내 마음대로 공략을 할 수 있다.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폴이 모든 것을 정리를 해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푸스코와 함께 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오기 전에 폴이 코스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고, 저 캐디가 내가 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연락을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됐는데, 처음 Q스쿨을 하고 난 후에 폴에게 매달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에는 나도 확신이 잘 안 들었는데, 폴도 내가 첫 대회에 컷을 떨어지고 나니까 선수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대회에 우승을 하고 나서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 이어진 인연, 그러면서 함께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 그 끝에 거둔 메이저 첫 승, 김세영에게도, 푸스코에게도 둘 다 특별하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