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드라마틱한 승부 끝에 거둔 우승이었다. 이미림(30)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환상적인 세 차례 칩샷으로 명승부를 펼쳐보이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메이저 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다.
이미림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를 기록했다. 18번 홀(파5)에서 환상적인 칩인이글로 공동 선두로 올라서 넬리 코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동률을 이루고 연장 승부를 펼쳤다. 18번 홀에서 펼쳐진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이미림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이자, 3년 6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46만5000 달러(약 5억5000만원)를 받았다. 이미림은 이 대회 우승자만 할 수 있는 우승 세리머니인 포피스 폰드 입수 주인공이 됐다. 포피스 폰드는 이 대회장 18번 홀 그린 옆에 있는 호수다.
3라운드 공동 선두 코다, 헨더슨에 2타 차 공동 3위로 시작한 이미림은 차분하게 따라올라갔다. 2번 홀(파5) 첫 버디로 시작한 이미림은 6번 홀(파4)에선 벙커 뒤에서 시도한 오르막 칩인버디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경기를 치른 코다와 헨더슨은 살얼음판 승부를 펼쳤다. 40도 안팎의 무더위에 미션힐스 골프장의 러프는 길고 억셌다. 여기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코다는 기복이 심했다. 8~12번 홀을 보기-버디-보기-버디-보기로 적어냈다. 12번 홀까지 보기 없는 플레이를 하던 헨더슨은 13번 홀(파4)에서 벙커 뒤 어프로치 샷 미스와 2m 보기 퍼트마저 빗나가 더블보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림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10번 홀(파4)에서 홀과 2m 거리 까다로운 파 퍼트를 넣고 위기를 넘겼다. 이후 홀과 긴 거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12번 홀(파4)에서 10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어 16번 홀(파4)에선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칩인버디가 또다시 들어가면서 선두 코다를 1타 차로 압박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큼 환상적인 샷이었다.
그러나 17번 홀(파3)이 아쉬웠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벙커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으로 홀 1m 가까이 붙였지만 파 퍼트가 비껴가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전 홀 칩인버디로 분위기를 높였던 만큼 아쉬운 결과였다. 헨더슨이 16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했지만, 코다가 17번 홀에서 2m 거리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넣으면서 1타 차 리드를 지켜갔다.
이미림은 여기서 또한번 기적을 펼쳐보였다. 18번 홀(파5)에서 그린 바깥에서 시도한 긴 거리 칩인이글을 성공시켰다. 마치 마법을 부리는 듯 한 샷에 또한번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림은 순식간에 코다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주변 구조물 뒤로 넘어가 무벌타 구제를 받은 헨더슨도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이미림, 코다와 동률을 이루고 셋이 연장 승부를 치렀다.
18번 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은 첫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미림이 홀 2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코다, 헨더슨을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18번 홀에서 마침내 공동 선두에 선 이미림은 연장에서 처음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랐고 2017년 3월 KIA클래식 이후 3년 6개월 만의 LPGA 투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미림은 우승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
다른 한국 선수 중에서는 양희영(31)이 4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버디 3개,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로 이븐파를 기록한 이미향(27)도 7언더파 공동 15위에 올랐다. 김세영(27)과 전인지(26)는 6언더파 공동 18위, 박인비는 1언더파 공동 37위, 박성현은 이븐파 공동 40위로 끝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