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
요즘 한국 골프 팬들은 K-브라더스의 맹활약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볼맛’이 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무대인 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부터 두 명의 한국 선수(안병훈 단독 4위, 임성재 공동 5위)가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며 남자골프 신흥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PGA 개막전인 더 센트리(5~8일)는 시즌 첫 번째 시그니처 대회로 지난 시즌 우승자이자 세계 톱랭커인 스코티 셰플러(미국·세계 1위),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세계 4위)을 비롯해 조던 스피스, 잰더 쇼플리,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 등의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해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큰 대회에 이제 한국 선수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지난 시즌 PGA 투어를 뒤흔든 김주형(22), 임성재(26), 김시우(29), 안병훈(33)이 출전해 ‘톱 랭커’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한국 남자 골프의 진화를 증명해 냈다. 비록 미국의 크리스 커크에 우승을 내줬지만 안병훈이 3타 차 단독 4위, 임성재가 4타 차 공동 5위로 한국 선수 두 명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으니 한국 골프 팬들이 재미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맏형 안병훈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PGA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24시즌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보였다. 대회 셋째 날 드라이브 비거리 1위(295야드), 그린 적중률 공동 3위(88.89%) 등 최절정의 샷감을 뽐냈고 마지막 날엔 15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는 등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했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고질적인 퍼트 불안마저 말끔히 해결한 모습이었다. 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안병훈이 PGA 우승 경험은 없지만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올 시즌 한국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임성재는 새해 첫 대회에서 PGA 투어의 새 역사를 만들어 냈다. 개막전 나흘 동안 임성재가 만들어낸 버디 수는 총 34개로 1983년 이후 PGA 투어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인 세계 3위 존 람(스페인)의 32개 보다 2개나 더 많아 향후 몇 년간 임성재의 기록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한 대회 버디 34개’는 임성재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한데 여기에 강점인 꾸준함과 아쉬운 뒷심까지 보완된다면 올 시즌 임성재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
개막전에서 활약은 미비했지만 투어 통산 4승에 빛나는 김시우와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김주형역시 새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한국 선수 2승을 합작한 둘은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시우는 12일 새해 첫 풀필드 대회인 소니 오픈 타이틀 방어를 앞두고 있다. 작년에 우승한 만큼 이 코스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정확한 공략이 뒷받침된다면 2년 연속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PGA 투어에서 ‘톰 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김주형은 매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지난 2022년 투어에 데뷔해 2년 만에 벌써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하며 매 시즌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다. PGA 투어 적응을 마친 김주형이 2024시즌에 얼마나 월등한 기량을 뽐낼지가 큰 관심사다.
이번 주에는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 인하와이에 임성재, 김주형을 대신해 이경훈(33), 김성현(26)이 출전한다. 김시우의 타이틀 방어에 관심이 가지만 정교하고 탄탄한 경기력이 장점인 이경훈과 가을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58타의 사나이 김성현의 선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