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여자 골프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파이널 퀄리파잉(Q) 시리즈에 출전한 성유진(한화큐셀)이 미국에서 보내오는 일기 형식의 연재 시리즈 최종편. <편집자 주>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던 나는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프에 흠뻑 빠졌다. 클럽을 휘두르면 ‘탕!’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하얀 공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게 신기했다. 아홉 살의 나는 꿈이 생겼다. 골프 선수가 돼서 LPGA 투어 무대에 서는 것.
14년 뒤, 마침내 내가 해냈다(Finally I did it)!
길고 길게만 느껴졌던 6일간의 Q 시리즈. 하지만 어느새 대회는 최종일을 맞이했다. 나는 전·후반에 골고루 1타씩 줄인 뒤 공동 7위로 108홀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톱5를 지키진 못했지만 톱10으로 마무리해 만족스러웠다.
18번 홀에서 마지막 파퍼트를 집어넣을 때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된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함께 했던 중국의 인 샤오웬 선수, 미국의 굴린 카우르 선수와 축하 인사를 나누고서야 실감이 났다. 두 선수도 Q 시리즈를 통과해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다.
캐디와 엄마, 매니저 채은 언니와 기쁨을 나눈 뒤 클럽하우스 앞에서 합격자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LPGA 합격 카드에 새겨진 내 이름을 보니 그동안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울컥했다. 그래도 꿈을 이룬 날이니 환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단체 사진을 찍는데 소미 언니와 진희 언니, 장효준 선수가 보였다. 이들과 내년에 국내 무대가 아닌 LPGA 투어에서 함께 뛸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사진 촬영 후 인터뷰를 하는데 한국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해준 팬들이 생각났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준우승에 그쳐 ‘재능이 없나’ 생각할 때마다 팬들의 응원 소리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작년에 KL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뒤 올해 두 번의 추가 우승, 그리고 LPGA 투어 진출까지. 이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팬들 덕분이다. 마침 이번 주 토요일에 한국에서 팬 미팅이 준비돼 있다. 얼른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오늘부터 나에게 새로운 꿈과 목표가 생겼다. 그 꿈이 또다시 이뤄질 날을 기대하며 LPGA 도전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무모해 보였던 꿈의 도전을 함께 해준 엄마와 매니저 채은 언니에게도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