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LET의 비슷한 디자인 로고.[사진=LPGA]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골프 투어의 재편 붐이 여자 투어로도 확산하고 있다.
레이디스유럽투어(LET)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서 열리는 투어 최종전 코스타 델솔오픈 에스파냐(총상금 65만유로)를 앞둔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의 통합안을 투표한다. 최종전을 앞두고 LET 선수들의 연례 회의에서 진행되는데 60%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찬성은 예고되었다. LET 이사회는 이미 선수들에게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추천했다. 몰리 마르쿠 사만 LPGA투어 커미셔너는 지난주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대 투어 이사회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은 투어 통합안에 LET투어 선수단이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병안이 성사되면 LET 시즌 상금 상위 4명은 다음해 LPGA투어 출전권을 받는다. LET 상금 5위부터 15명까지는 LPGA Q시리즈 출전권을 받는다. 한때 투어 존폐 위기까지 놓였던 LET는 지난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 오일 머니의 후원으로 아람코 팀 시리즈를 만들어 자금 수혈을 받은 데 이어 LPGA투어의 그늘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안달루시아의 LET투어
미국, 유럽 여자투어가 합병되면 초기 3년간은 현재의 투어 스케줄을 유지한다. 투어도 현재의 이름을 유지하고 LPGA투어와는 독립적인 대회 일정을 가진다. LET는 유럽(런던)에 그대로 본부를 두지만 LPGA의 감독을 받고 기존 및 신규 투어 스폰서와 대회들을 구상하게 된다.
2019년 미국-유럽 투어가 처음 전략적 제휴를 맺고 2년 뒤에 취임한 몰리 LPGA투어 커미셔너는 합병 논의를 더욱 진전시켰다. 따라서 합병이 결정된다면 향후 모든 지적 재산을 포함한 LET 자산은 LPGA와 2020년 1월 공동 설립한 LEGV(Ladies European Golf Venture)에 속하게 된다.
LEGV는 행정적으로 LET 대표 4명과 LPGA 대표 5명으로 구성된 LET 위원회를 설치한다. 각 투어의 선수 이사와 독립 이사 2명씩에 LPGA 커미셔너가 참여한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뒤에 LPGA는 LET의 지배구조를 결정한다. LET는 현 체제와 운영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3년간 대회 상금, TV, 선수 지원 서비스 및 성장을 위해 연간 125만 달러를 사용하게 된다.
지난주 기자회견장의 몰리 LPGA 커미셔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EGV는 존폐위기의 LET를 살려냈다. 2018년에 15개 대회에 총상금 1148만 유로(162억원)에 그쳤던 LET는 전략적 제휴 이후인 2020년 코로나19 시국에 24개 대회에 1783만4천유로(252억원) 규모로 발전했고, 지난해는 34개 대회에 537만5천유로(76억원)에 2470만 달러(320억원)을 합쳐 396억원대로 성장했다.
알렉산드라 아르마스 CEO를 중심으로 한 LET는 36개국에서 모인 316명의 프로골퍼들로 구성된다. 1978년 프로 투어로 창설된 이래 올해로 44번째 시즌이자 코스타 델 솔 레이스의 세 번째 시즌이다. 21개국에서 28개 대회 3100만 유로(438억원) 규모로 치러진 LET 시즌은 이번 주로 마치게 된다.
이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이미 DP월드투어와 제휴하는 형식으로 유럽 투어를 통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시즌을 마치면 상위 10명이 PGA투어 출전권을 받는다. 일본과 코리안투어의 우수 선수들은 DP월드나 PGA투어 퀄리파잉에 출전권을 받는 식으로 수직 계열화 체계가 이뤄졌다. 이같은 시스템 재편이 미국과 유럽 여자 투어에서 진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