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KPMG 여자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7번 홀에서 퍼트를 마친 전인지와 주먹을 맞대는 캐디 딘 허든(오른쪽).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28)가 가장 먼저 포옹한 인물은 캐디 딘 허든(호주)이었다.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데 조력자 역할을 해낸 허든이 '우승 청부사 캐디'다운 면모를 또한번 발휘한 순간이었다.
어느새 캐디 경력만 40년이 된 허든은 한국 여자 골프에서 꽤 친숙한 인물로 꼽힌다. 2008년 신지애를 시작으로 서희경, 김효주, 고진영, 유소연, 장하나 등의 캐디백을 멨다. 전인지와는 2015년 US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두 차례 메이저 정상을 함께 했다. 그밖에도 2011년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신지애의 세계 랭킹 1위 도약, 고진영의 LPGA 투어 정착 등 한국 여자 골프 역사에 늘 함께 했다. 한국 선수들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한국에 집도 두고 있을 만큼 '친한파'다.
과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아시안투어에서 6년여 활동했던 허든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컨트롤하고, 직업 의식도 투철한 캐디로 잘 알려져 있다. 전인지가 KPMG 여자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중반까지 난조를 보이다 다시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던 데도 베테랑 허든이 옆에서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전인지는 "허든이 날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코스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허든은 메이저 5승을 포함, 프로 54승을 한 캐디가 됐다.
허든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 일종의 해프닝을 겪었던 비하인드가 밝혀지기도 했다. KPMG 여자PGA 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묵었던 숙소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깊게 잠든 허든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허든은 미국 골프위크 인터뷰에서 "호텔엔 두 대의 경찰차가 있었다. 그만큼 안전한 곳이었다"며 의연하게 상황을 받아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