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골프는 큰 시련을 맞이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 후 치러진 15개 대회 동안 한국 선수 중 단 한 명도 우승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것. 꽤 오랫동안 세계 랭킹과 LPGA 대회 리더보드를 점령했던 한국 여자 골프는 미국, 태국, 일본 선수들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며 '한국 여자 골프 위기론'이 팽배해졌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최대 인원인 4명이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단 2명만 출전할 위기에 놓였다. 메달 전망도 밝지 않았다.
그러던 한국 여자 골프에 히어로가 나타났다. 미소가 아름다운 양희영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결정짓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희어로'가 된 것이다.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양희영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로써 개막 이후 15개 대회 동안 이어졌던 한국 선수 우승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됐으며, 한국은 올림픽 티켓 3장을 확보하며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게 됐다.
"스마일"
양희영은 착한 심성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소문대로였다. 모니터를 통해 처음 만난 양희영에게서는 겸손함이 물씬 묻어났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까지. 그의 선한 인상처럼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맑고 진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JTBC골프'는 최근 양희영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양희영은 지금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17년 차 베테랑 골퍼인 양희영은 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일했다. 그렇다고 매 시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2019년 혼다 LPGA 타일랜드 이후 한동안 우승이 없었고, 스폰서까지 잃었다. 하지만 모자에 '스마일' 로고를 달고 출전한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4년 9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고, 올해는 메이저 타이틀까지 획득하며 모자에 새긴 '스마일'처럼 활짝 웃었다.
양희영 우승 후 인터뷰.[사진_골프 채널]
2016년 리우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출전까지 이뤄냈다. 우승 후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올림픽 출전 소식을 들은 양희영은 화들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너무 소름 돋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했다. 이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양희영은 "KPMG 우승 후 어느 정도 세계 랭킹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계 5위까지 오를 줄은 몰랐어요. KPMG 전 대회에서 2주 연속으로 컷 탈락하면서 포기 상태였는데, 소식을 듣고 당시 너무 소름 돋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고 회상했다.
"목표는 금메달"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양희영은 'KOREA'가 새겨진 모자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모자라고 표현했다. "메이저 대회는 1년에 다섯 번 있지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뿐이잖아요. 또 올림픽은 저 혼자가 아닌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게감이 훨씬 커요. 지난 리우때와 마찬가지로 긴장되겠지만,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양희영은 올릭픽 금메달을 위해 투어 일정까지 조정했다. "원래는 이번 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한 후 캐나다 대회에도 나갈 예정이었지만, 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일정을 바꿨습니다. 에비앙 대회가 끝난 후 3주 동안 집에서 올림픽을 준비한 뒤, 파리로 향할 계획입니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하며 느낀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 여자 골프의 위기론에 대해 양희영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는 그녀는 맏언니로서 소신 있게 답했다. "요즘 한국 선수들의 부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실력이 많이 좋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을 뿐입니다"라고.
이어 양희영은 "앞으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 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양희영은 LPGA 투어에서 에이미 양(Amy Yang)으로 불린다. 호주 유학 시절, 외국인 친구들이 '희영'을 기억하기 어려워해서 영어 선생님이 제안해준 이름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양희영'으로 나서게 된다.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이름이다.
한때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려했던 양희영은 요즘 골프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즐기다 보니 성적도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이에 은퇴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희어로' 양희영의 이번 파리 올림픽과 남은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양희영과의 화상 인터뷰는 오늘 밤 9시 JTBC골프 '클럽하우스: 파리 올림픽'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예고] 파리 올림픽, '금빛 스윙'은 주인공은? _ 강은빈 PD